부부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 남의 집 평균 말고 우리 집 기준으로 정하는 법
부부 용돈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게 "다른 집은 얼마나 주고받나"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우리 집에서 쓸 수 없어요. 용돈 금액은 평균이 아니라 우리 집 고정비에서 역산해 정합니다. 소득에서 고정비와 저축을 먼저 떼고, 남은 생활비 안에서 각자 몫을 잘라내는 순서입니다.
그리고 금액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그 돈으로 무엇까지 사는지예요. 같은 20만 원이라도 평일 점심값이 포함이냐 아니냐에 따라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은 다섯 배 차이가 납니다. 부부 용돈으로 다투는 집을 보면 액수가 낮아서가 아니라 이 경계가 흐려서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다른 집은 얼마 써요?"가 답이 되지 않는 이유
궁금한 마음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기준이 없으니 남의 집을 보고 싶은 거예요. 문제는 남의 집 금액을 그대로 가져오면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을 비교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 소득과 고정비가 다릅니다. 월세 90만 원을 내는 집과 자가에 사는 집은 같은 소득이어도 쓸 수 있는 돈이 다릅니다.
- 생활권이 다릅니다. 회사 근처 점심값이 9,000원인 동네와 6,000원인 동네는 같은 용돈이 같은 여유를 주지 않아요.
- 용돈에 포함되는 항목이 다릅니다. 어떤 집은 점심값·경조사비까지 용돈이고, 어떤 집은 그게 전부 공동 지출입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금액만 비교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 시기가 다릅니다. 대출 상환 중인 해와 아닌 해, 아이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은 같은 부부여도 몇 년 사이에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금액을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집 숫자로 금액을 뽑아내는 순서를 정리했어요. 순서는 간단합니다. 실수령에서 공동 고정비와 저축을 먼저 뺀 다음, 남은 돈을 공동 변동비와 두 사람의 용돈으로 나눕니다. 용돈은 남는 걸 주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예산 항목 하나로 잡아두는 게 핵심이에요.
부부 용돈 금액을 정하는 세 가지 방식
실제로 쓰이는 방식은 셋입니다.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고, 우리 집 상황에 따라 갈립니다.
| 방식 | 정하는 방법 | 잘 맞는 경우 | 약한 지점 |
|---|---|---|---|
| 소득 대비 비율 | 각자 실수령의 일정 비율을 용돈으로 배정 | 소득이 비슷하고 매달 안정적 | 소득 차이가 크면 여유의 격차가 그대로 벌어짐 |
| 실비 역산 | 점심·교통·모임 등 실제 나가는 돈을 세어 합산 | 근무 형태가 달라 실비 차이가 큰 경우 | 계산이 번거롭고 '쓰고 싶은 돈'이 빠지기 쉬움 |
| 고정 금액(동액) | 둘 다 같은 금액으로 시작 | 단순하게 출발하고 싶을 때 | 실비 차이를 무시해 한쪽이 매달 모자람 |
오래 유지되는 집은 대개 둘을 섞습니다. 실비를 역산해 바닥 금액을 잡고, 거기에 자유롭게 쓸 여유분을 얹은 뒤, 그 합계가 소득에서 감당할 만한 비율인지 확인하는 순서예요. 역산만 하면 용돈이 경비 정산처럼 되고, 비율만 잡으면 출근하는 쪽이 매달 부족해집니다.
여유분을 왜 굳이 넣느냐면, 설명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 관계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구간이 있으면 감시받는 느낌이 사라지고 공동 지출 대화가 훨씬 편해져요. 자세한 이유는 커플 돈 싸움 줄이는 법에 정리해 뒀으니, 용돈을 왜 두는지부터 합의가 안 됐다면 그 글을 먼저 보세요. 여기서는 그다음 단계인 금액과 경계를 다룹니다.
같은 20만 원도 경계에 따라 4만 원이 됩니다
용돈에서 제일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예요. 금액은 합의했는데 무엇을 그 돈으로 사는지를 안 정한 겁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예입니다. 용돈 20만 원, 평일 점심값 8,000원, 근무일 20일로 잡아 봤어요.
| 경계 설정 | 점심값 처리 | 실제로 남는 돈 | 체감 |
|---|---|---|---|
| A안: 점심값 포함 | 16만 원이 용돈에서 나감 | 4만 원 | 커피 몇 잔이면 끝, 매달 부족하다고 느낌 |
| B안: 점심값은 공동 지출 | 용돈에서 나가지 않음 | 20만 원 | 같은 금액인데 여유가 완전히 다름 |
숫자는 예시일 뿐이지만 구조는 어느 집이나 같습니다. 경계를 안 정하면 금액 협상은 계속 헛돕니다. "20만 원이면 충분하지 않아?"와 "20만 원으로 어떻게 살아?"가 동시에 맞는 말이 되니까요.
그래서 금액을 정하기 전에 항목별로 한 줄씩 정해두세요. 자주 다투는 항목은 이 정도입니다.
- 평일 점심값·출퇴근 교통비: 일 때문에 나가는 돈이라 공동 지출로 두는 집이 많아요. 용돈에 넣는다면 금액을 그만큼 올려야 합니다.
- 커피·간식: 하루 한 잔도 한 달이면 무시 못 할 금액이라 어느 쪽인지 꼭 정해두세요.
- 미용실·화장품: 주기와 금액이 사람마다 크게 달라서, 한쪽만 부담이 커지기 쉬운 항목입니다. 분기 단위 실비로 보고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 경조사비: 양가·공통 지인은 공동 지출, 개인 친구는 용돈처럼 나누되 큰 금액은 예외로 두세요. 축의금 한 번에 용돈이 사라지면 규칙이 무너집니다.
- 친구 모임·술자리: 대표적인 자유 지출 영역입니다. 여기까지 설명해야 하면 용돈을 둔 의미가 없어요.
- 옷·취미·구독: 용돈으로 두되, 계절옷처럼 목돈이 드는 건 따로 비정기 지출로 빼는 집이 많습니다.
정하는 기준은 하나면 충분합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가는 돈은 공동, 취향으로 고르는 돈은 용돈. 애매한 항목은 이 문장에 넣어 보면 대개 답이 나옵니다.
소득이 달라도 용돈은 깎지 않습니다
맞벌이든 외벌이든 여기서 원칙 하나는 같습니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쪽의 용돈을 줄이지 않는 것.
용돈은 번 돈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자율성입니다.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용돈을 깎으면 그 순간부터 모든 지출을 설명해야 하는 관계가 되고, 그건 금액과 상관없이 관계를 상하게 합니다. 육아휴직이나 이직 공백처럼 한시적으로 소득이 멈추는 구간은 특히 그렇습니다. 이 시기에는 두 사람 용돈을 같은 비율로 함께 줄이는 게 낫습니다. 한쪽만 줄이면 그 기억이 오래 남아요.
소득 차이가 큰 맞벌이라면 접근이 조금 달라집니다. 공동 지출 분담을 소득 비율로 잡되, 용돈은 실비 기준으로 각자 다르게 두는 방식이 현실적이에요. 출근 일수가 다르고 회식 빈도가 다르면 필요한 금액도 다릅니다. 금액이 다른 게 불공평한 게 아니라, 필요한 실비를 무시하고 똑같이 맞추는 게 불공평합니다. 공동 지출을 소득 비율로 나누는 방법은 맞벌이 부부 월급 관리에 표로 정리해 뒀어요.
정해둔 용돈을 두 사람이 같이 보는 법
용돈 규칙이 무너지는 이유는 대개 경계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이번 달에 얼마나 썼는지 각자 감으로만 알고 있으면, 월말에 서로 다른 숫자를 들고 이야기하게 돼요.
가계부부는 연인·부부·룸메이트가 8자리 코드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함께 쓰는 공유 가계부예요. 함께 쓸 가계부의 주인이 8자리 코드를 만들어 공유하고, 상대가 그 코드를 입력하면 같은 가계부에 합류합니다. 이후 누가 입력하든 내역이 바로 상대에게 보이고 알림으로도 알려줘요.
먼저 분명히 해두면, 용돈 한도를 관리하거나 남은 용돈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전용 기능은 없습니다. 대신 부부 가계부의 기본 기능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어요.
- 카테고리별 예산을 각자 용돈 카테고리에 걸어두면, 초과했을 때 알림이 두 사람 모두에게 갑니다. 한쪽이 지적하지 않아도 되는 게 이 방식의 장점이에요.
- 카테고리별 통계로 점심값·커피·모임이 실제로 얼마인지 확인합니다. 위에서 말한 실비 역산이 감이 아니라 숫자가 됩니다.
- 주·월·년 통계로 이번 달이 유난한 건지, 원래 이 정도였는지 구분합니다. 조정 시점을 정할 때 근거가 돼요.
- 비밀 자산으로 각자 용돈용 계좌를 목록에서 빼둘 수 있습니다. 설명하지 않고 쓰는 구간을 만드는 데 씁니다.
기록은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라 은행·카드 내역을 가져오지는 않고, 용돈에서 알아서 차감해 주지도 않습니다. 커피 한 잔을 용돈 카테고리로 적는 건 사람이 하고, 그 합계가 예산을 넘었는지 알려주는 걸 앱이 맡는 구조예요. 코드를 입력하는 쪽에 있던 기존 개인 내역은 그 가계부로 옮겨지지 않으니, 혼자 쓰던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면 그 계정에서 코드를 만들어 상대를 초대하세요. iPhone에서는 홈 화면 위젯으로 앱을 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적을 수 있고, 핵심 기능은 무료입니다. 광고 제거 구독은 한 명만 결제해도 연결된 그룹 전체에 적용돼요.
조정 주기와 이월, 두 가지 운영 규칙
금액과 경계를 정했으면 굴리는 규칙만 남았습니다. 두 가지면 충분해요.
첫째, 조정 주기를 정합니다. 매달 다시 이야기하면 그 대화 자체가 피로가 됩니다. 분기에 한 번, 10분이면 적당해요. 이때 볼 건 세 가지입니다.
- 지난 3개월 동안 용돈이 매달 모자랐는지, 남았는지
- 모자랐다면 금액 문제인지 경계 문제인지 (점심값이 슬쩍 용돈으로 넘어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다음 분기 금액을 그대로 둘지, 조정할지
물가나 근무 형태가 바뀌었으면 반기 단위로 한 번 더 크게 점검하세요. 재택이 늘거나 부서가 바뀌면 실비가 통째로 달라집니다.
둘째, 남은 용돈을 이월할지 정합니다. 이월을 허용하면 큰 지출을 위해 몇 달 모으는 게 가능해집니다. 사고 싶은 게 있을 때 공동 지출을 건드리지 않아도 되니 갈등이 줄어요. 대신 관리가 조금 번거롭습니다. 이월하지 않기로 하면 계산은 단순해지지만, 월말에 "어차피 사라지니까" 쓰는 일이 생깁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한쪽만 이월하는 상황은 만들지 마세요. 규칙이 사람마다 다르면 그때부터 불만이 쌓입니다.
정한 두 규칙은 공유 가계부의 예산 설정에 그대로 옮겨두세요. 다음 점검 때 기억을 더듬는 대신 지난 분기 숫자를 펼쳐 놓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마무리
부부 용돈의 적정선은 남의 집이 아니라 우리 집 고정비와 실비 안에 있습니다. 순서만 지키면 한 시간이면 정해져요. 고정비와 저축을 먼저 떼고, 실비를 역산해 바닥을 잡고, 자유롭게 쓸 여유분을 얹고, 무엇까지 그 돈으로 살지 항목별로 한 줄씩 적는 것.
그리고 정한 규칙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부부 가계부 한곳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숫자를 보고 있으면 분기 점검이 10분에 끝나고, 용돈 이야기가 서로를 평가하는 대화가 되지 않아요.